장기투자가 좋다는 것은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마음에 직접 와
닿지 않는다. 주식은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관념이 뿌
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에 큰돈을 벌려는 주식투
자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운이 따른다면 도박으로 큰돈을 벌
수 있듯이 단기투자로 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운이 항상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의 여부는 유망한 회사의
주식을 산 다음부터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고 계속 가지
고 있어야 한다. 주식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선 말이다.
유망한 주식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매도할 타이밍은 단 두 가지뿐이
다. 첫 번째는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되었을 때다.
둘 번째는 회사의 미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다. 기업의
가치란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의 합이다. 현재 시
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이 가치가 크다면 보유하는 것이다. 좋
은 기업은 가치가 꾸준히 오르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발견한다
면 장기 투자해야 한다. 사업을 잘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파는 것
은 장사가 아주 잘되는가게를 약간의 웃돈만 받고 파는 것과 매 한
가지다. 당신 같으면 장사 잘 되는 가게를 웃돈 조금 더 얹어주고
팔겠는가? 아니면 계속 이익을 볼 것인가?
저자가 운용한 코리아펀드를 15년 동안 거래량 회전율이 10% 정도
였다. 회전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자산 중 주식을 사고 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으로, 한 번 매수한 주식은 평균 10년 이
상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수익률은 코스피 상승률 대비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초과했다.
주식 투자로 성공하려면 기업의 기본가치에 근거해서 투자해야 하
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해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주식시세의
흐름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그 자체를 바라봐야 한다.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인지 아닌지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식투자에 대한 생각의 프레
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주식 관련 TV에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사고파는 타이밍과
관련해서 '오늘의 투자전략'을 많이들 얘기한다. 기업의 가치가 하
루 이틀 사이에 달라질 리 없는데 오늘 하루의 전략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사업에 관한 조언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매매전략을 세워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다. 매일매일 주식 가격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며 시간 낭
비다. 게다가 거래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
다.
매매수수료와 세금을 합쳐 0.5%를 내야 한다. 만약 200번을 사고
팔면 원금을 손해 보는 것과 같다. 매매를 자주 하면 수수료는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
단기투자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상황과 같아지는 것이다. 카지노
는 고객이 이길 확률보다 카지노가 이길 확률을 2% 정도 높게 세팅한
다고 한다. 이 말은 베팅을 할 때마다 배팅 금액의 2%를 카지노 측에
서 수익으로 가지고 간다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이 잭팟을 터트릴 때 나
머지 모든 사람들이 돈을 카지노에 잃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투자도 이
와 다를 바가 없다.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투자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행동은 위험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예측은 가
능하다. 주식의 가격은 언젠가는 그 회사의 적정 가치에 수렴하기 때
문이다. 예측 가능한 것에 투자하는 것과 예측 불가능에 투자하는 것이
곧 투자와 투기의 차이다. 씨앗을 심어 두고 싹이 나고 자라나서 열매
가 맺도록 기다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 투자 지주회사 버크셔 헤
서웨이를 이끌고 있는데 1980년대에 누군가 1만 달러를 버크셔 헤서
웨이에 넣어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그 돈이 얼마로 불어 있을 거
같은가? 4,700만 달러이다(2010년 당시) 1만 원을 넣어두었으면 4,
700만 원 100만 원을 넣어두었으면 47억 원이다. 4,700배의 수익이
발생했다. 1992년 코리아펀드를 맡아 운영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가
2만 원이었다. 2010년에 8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갑부가 되었다. 가지고만 있어도 5년, 10
년 뒤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장기
투자의 매력이다.
'경제가 계속 좋아지면 상관없는데 만약 과거 일본처럼 20년 이상 대세
하락장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만약 한국 경제
를 10년, 20년 후를 어둡게 본다면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상황과 다르다. 당시 일본은 구조
조정을 게을리했고,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더 후진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보다는 한국 경제가 훨씬 밝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증시가 침체하면 주식을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으면 된다.
IMF를 예를 들며 그 당시에 주식을 샀다면 휴지 조각이 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IMF 기간에 많은 기업이 파산했지만 코리아펀드에서 투자
한 회사는 단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좋은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빛이 나고 가치를 증명한다. 부채가 많고 경영진이 똑똑하지 않은 기업은 위
기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부채가 적고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은 위기에 잘
견디고 오히려 좋아질 때를 대비한 투자를 하면 된다. 이런 공부를 해서 준비
를 한 사람에겐 오히려 IMF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다. 여유 자금으
로 주식을 샀다면, 지금 주가가 올라가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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